신기루

짧은 이야기 2011. 4. 12. 01:55
이미 모두 공연장으로 들어갔고 공연장 문이 닫혔고 난 허탈한마음을 가눌길없이 허망하게 홀에 앉아 있었다.

나에게 이별을 말하고 사라졌던 그녀가 유난히 좋아하던 가수의 공연을 무심히 예매하고 내 전화를 받지 않는 그녀에게 문자로 예매했으니 나와달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오지않았다 내손에 쥐어진 두 장의 티켓은 한장도 사용되지 못한채 버려지게 되겠지.

티켓이 버려지는 것도 안에서 새어나오는 함성소리도 아쉽지도 미련이 남지도 않지만 더이상 내게 어떤희망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나를 공연에 들어갈, 그자리를 떠날 어떠한 힘도 남겨두지않았다. 

한숨을 쉬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스탭들과 뻘쭘하게 눈을 마주치다 나처럼 풀죽은채로 채 들어가지못한 사람을 발견했다

작은 몸을 움츠리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전혀 인기척을 내지 않았기 때문인지 이제서야 기둥에서 튀어 나온듯한 갑작스런발견에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곧 더 당황하게 된것은 금방이라도 떨어질듯한 눈물이 그렁거리는 그 두눈과 마주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처지도 잊고 뭐라 위로 해야하지않을까하는 생각에 사로 잡혔고, 어디서 그런 오지랖이 나왔는지 그녀에게 걸어갔다 아니 어쩌면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받고싶었던 마음때문에 같은 입장인지도 모르는 그녀를 그저 두고볼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지않는 옛 연인에 대해 잊고 있고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저..괜찮으세요?"



조금은 냄새나는지도 모를 손수건을 내 밀었다. 그녀는 내 손이 무안해질정도로 손수건을 받지않았고 난 머슥해져서 손수건을 주머니에 구겨넣었다. 

그녀는 가벼운목례로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그자리에 머뭇거리던 나를 쫓아 냈다. 

공연은 벌써 두곡이 지났고 이제 나는 내가 그곳에 아직도 머무르고있는 이유가 날 버렸던 그녀 때문인지 아니면 일행이 오지않을 것같아 초조하게 기다리는 그녀때문인지 알수 없게 되어버렸다. 

세번째 곡이 시작될무렵 마침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바닥으로떨어졌다. 이내 소나기가 내리는 것처럼 후두둑 소리를 내며 눈물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집중할수 없어졌다. 세번째 곡은. 


난 순정만화같던 그들의 음악을 무시했었고 그녀가 예매했건 공연들도 조르고 졸라야 같이 가주곤했다. 다녀오는 길은 항상 그들의 음악에 대한 독설들. 난 왜그렇게 그녀에게 잔인했던건지. 유치하다고 어설프다고 그들을 좋아하던 그녀의 마음을 비웃었는지. 

땅에 떨어지는 눈물이 그녀의 눈물인지 나의 눈물인지 알수 없을 만큼의 후회가 밀려들었다 이 곡은 그녀가 그토록 졸라도 계속 들어주면 버릇 든다고 일부러 같이 가주지 않았던 앨범 발매기념 콘서트의 타이틀 곡이었다.  그녀는 그 공연 후에 혼자 집으로가는 길에 친구들과 술마시고있던 나를 찾아와서 콘서트 브로마이드를 작은 두손으로 비틀며 온힘을 다해 내게 이별을 말했다. 


나의 그녀는 지금 이곳에 있는 저 사람처럼 애처롭게 울고있었을까 작은 어깨를 바들바들떨면서 작은 얼굴이 온통빨개지면서. 


울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익숙한 작은 입술 익숙한 주근깨 왜 아까 눈이 마주쳤을때는 못알아본걸까? 그토록 그리워하며 매일 밤을 고해하며 보내게 했던 너의 두 눈이었는데.. 물러서던 걸음을 돌이켜 너에게 달려가서 껴안자 너는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고 나는 바스러지듯이 무너졌다.


-end 
Posted by 리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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