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2건

  1. 2014.07.20 피싱 1
  2. 2011.04.12 신기루
  3. 2009.04.22 두근
  4. 2008.02.21 [대보름특집]더위
  5. 2008.02.09

피싱

짧은 이야기 2014. 7. 20. 01:58

새벽 12 38, 잠들기는 아쉽고 컴퓨터에 앉아 별 쓸모 없는 글, 기사, 하등 도움 안 되는 것들만 보면서 체력을 소진시키고 있었다

 

띵동

 

메신저의 소리에 문득 놀랐지만, 그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이름을 보고 한번 더 놀랐다.

 

잘 지내요? “

 

평범한 내용의 메시지. 하지만 보낸 사람이 평범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반한 사람이자 다시는 볼 일 없을 사람이자 내게 메시지를 보낼 만큼 날 궁금해할 사람도 아니었다.

 

그냥 그럭저럭 지내요. 팀장님은 잘 지내세요? “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딱 부러지게 목표를 세워놓고 달려가지 못한 채 밍기적 거리며 시간을 허비하다 뒤늦게 취업했던 탓에 나보다 어린 팀장을 만났다그는 나와는 반대로 학교와 군대를 빈틈없이 지나서 이 회사만 7년 근속하고 대기업으로 이직한 성실한 사람이었다. 스마트한 이미지도 멋지고 차가운 듯 조용한 분위기도 멋지고 이야기하면 의외로 상냥한 구석도 멋있는 사람이었다.

 

네 잘 지내요. “

 

사실 어쩌면 이 사람 메신저 해킹 당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메신저를 이용한 피싱이 늘고 있고 얼마 전에도 알고 지내던 얌전한 언니가 어울리지 않게 껄렁껄렁한 말투로 내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이 이직을 하고 두 달 동안 전혀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연락하는 것도 이상하고, 아무리 내가 그의 팀원으로 있었다고 해도 사실 같이 근무한 건 4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탓에 퇴사하는 날까지 따로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래거나 한 일도 없었다. 물론 다음에 시간되면 식사나 하자느니 하는 약속 또한 나와는 하지 않았다. 이해는 했지만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나는 그의 발자국 소리도 기억하고 웃는 모습도 기억하고 높은 콧대와 깊은 눈과 조금 큰 듯한 머리도 근육 량이 부족해 보이는 몸매도 기억하고 있었지만 나를 기억시킬 자신이 없어서 이 마음이 희미해질 때까지 보고 싶어하고 이야기 하고 싶어하고 메신저를 켰다 껐다 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저 근데 부탁이 있어요

 

정말 이 분 해킹 당하셨나 보네. 피싱인가 보다.. 알면서도 어쩐지 나도 돈 없어 이 사기꾼아!!라고 외치기에는 조금 만 더 그의 이름이 걸린 메신저에서 나의 안부를 묻는 메시지를 읽고 조금만 더 그가 내게 말을 건 것이라고 착각하고 싶었다.

 

말씀하세요

제가 지금 조금 힘든 일이 있어서요..”

네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 주셨으면 해요. 좀 많이 힘들거든요.”

 

피싱하는 사람이 좀 소심한지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맴맴 돈다. 그래서 조금 고마워져서 천원이라도 보내줄까 고민됐다.

 

알았어요 말씀하세요. “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셔서요

병원은 가셨어요? 걱정 많이 되시겠다.”

. 병원에 왔고 병원에서 큰 병은 아닌데 수술 해야 한다 그래서요..”

아 네…”

근데 어려운 수술도 아니고 금새 회복되실 거래요.”

제가 어머니 어서 쾌유하시도록 기도할게요.”

 

그리고는 한 3분인가 말이 없다. 힘내요. 피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요. 그래 갖고 먹고 살겠어요. 용기를 내요. 텔레파시가 통 했는지 이내 메신저가 울렸다.

 

고마워요. 정말.”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이것뿐 인데요 머.”

 

그리고 한동안 또 말이 없다. 그의 이름을 가진 피셔와 대화하는 것에 점점 흥미를 잃었고 대답없는 메신저 창을 보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 앱으로 방금의 메시지를 곱씹어 보다가 갑자기 울리는 전화에 놀라 전화를 받았다.

 

민혜씨..”

 

잔뜩 물기 어린 잠겨있지만 분명히 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를 듣고싶어 몇번이고 전화기앞에서 망설였는지 모른다. 그런 그목소리가,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보고 싶어요. 한번만 만나주세요. ”

 

 

fin

Posted by 리클리
,

신기루

짧은 이야기 2011. 4. 12. 01:55
이미 모두 공연장으로 들어갔고 공연장 문이 닫혔고 난 허탈한마음을 가눌길없이 허망하게 홀에 앉아 있었다.

나에게 이별을 말하고 사라졌던 그녀가 유난히 좋아하던 가수의 공연을 무심히 예매하고 내 전화를 받지 않는 그녀에게 문자로 예매했으니 나와달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오지않았다 내손에 쥐어진 두 장의 티켓은 한장도 사용되지 못한채 버려지게 되겠지.

티켓이 버려지는 것도 안에서 새어나오는 함성소리도 아쉽지도 미련이 남지도 않지만 더이상 내게 어떤희망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나를 공연에 들어갈, 그자리를 떠날 어떠한 힘도 남겨두지않았다. 

한숨을 쉬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스탭들과 뻘쭘하게 눈을 마주치다 나처럼 풀죽은채로 채 들어가지못한 사람을 발견했다

작은 몸을 움츠리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전혀 인기척을 내지 않았기 때문인지 이제서야 기둥에서 튀어 나온듯한 갑작스런발견에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곧 더 당황하게 된것은 금방이라도 떨어질듯한 눈물이 그렁거리는 그 두눈과 마주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처지도 잊고 뭐라 위로 해야하지않을까하는 생각에 사로 잡혔고, 어디서 그런 오지랖이 나왔는지 그녀에게 걸어갔다 아니 어쩌면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받고싶었던 마음때문에 같은 입장인지도 모르는 그녀를 그저 두고볼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지않는 옛 연인에 대해 잊고 있고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저..괜찮으세요?"



조금은 냄새나는지도 모를 손수건을 내 밀었다. 그녀는 내 손이 무안해질정도로 손수건을 받지않았고 난 머슥해져서 손수건을 주머니에 구겨넣었다. 

그녀는 가벼운목례로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그자리에 머뭇거리던 나를 쫓아 냈다. 

공연은 벌써 두곡이 지났고 이제 나는 내가 그곳에 아직도 머무르고있는 이유가 날 버렸던 그녀 때문인지 아니면 일행이 오지않을 것같아 초조하게 기다리는 그녀때문인지 알수 없게 되어버렸다. 

세번째 곡이 시작될무렵 마침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바닥으로떨어졌다. 이내 소나기가 내리는 것처럼 후두둑 소리를 내며 눈물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집중할수 없어졌다. 세번째 곡은. 


난 순정만화같던 그들의 음악을 무시했었고 그녀가 예매했건 공연들도 조르고 졸라야 같이 가주곤했다. 다녀오는 길은 항상 그들의 음악에 대한 독설들. 난 왜그렇게 그녀에게 잔인했던건지. 유치하다고 어설프다고 그들을 좋아하던 그녀의 마음을 비웃었는지. 

땅에 떨어지는 눈물이 그녀의 눈물인지 나의 눈물인지 알수 없을 만큼의 후회가 밀려들었다 이 곡은 그녀가 그토록 졸라도 계속 들어주면 버릇 든다고 일부러 같이 가주지 않았던 앨범 발매기념 콘서트의 타이틀 곡이었다.  그녀는 그 공연 후에 혼자 집으로가는 길에 친구들과 술마시고있던 나를 찾아와서 콘서트 브로마이드를 작은 두손으로 비틀며 온힘을 다해 내게 이별을 말했다. 


나의 그녀는 지금 이곳에 있는 저 사람처럼 애처롭게 울고있었을까 작은 어깨를 바들바들떨면서 작은 얼굴이 온통빨개지면서. 


울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익숙한 작은 입술 익숙한 주근깨 왜 아까 눈이 마주쳤을때는 못알아본걸까? 그토록 그리워하며 매일 밤을 고해하며 보내게 했던 너의 두 눈이었는데.. 물러서던 걸음을 돌이켜 너에게 달려가서 껴안자 너는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고 나는 바스러지듯이 무너졌다.


-end 
Posted by 리클리
,

두근

짧은 이야기 2009. 4. 22. 19:46
처음에는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두번은 말라가는 내게 따사로운 봄비님이 내리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번째는 달랐다.


어쩐지 알수있었다.

알아들을수없는 말을 걸어왔지만...



내가 이 좁은 곳에 갇혀 하루하루를 초조하게 보내고 있자면 가끔.

어떤 손길이..내 손이나 입술을 만지고 가는걸 느꼈다.

내뺨에 코를 대고 웃기도하고.


그렇게 근심도 잊혀지고...잊다보면 마음까지 가득한 기분좋은 평안함이 날 채웠다.


그래 내게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거는 그사람이

내 손을 한참 잡고있던 그사람이

내게 물을주는거구나.


=================================================================
요즘 키우는 장미허브가 나의 존재를 기억하고 내가 보살피고있다는걸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생각합니다.
Posted by 리클리
,
오늘은 유난히 덥다.  그저 언제나의 익숙한 길을 걷는 것 뿐인데 낙타가 옆을 지나갈 것만 같았다.

원래는 더위를 잘 안 타는데, 왜 오늘따라 이렇게 힘든걸까.

이제 막 시작된 여름은 아스팔트위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만큼 어지럽다.

한학기반 남은 대학생활은 그저 긴장의 연속일 뿐이다.  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동기들은 서로 별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서로 누가 먼저 취업이 될까 조바심 낼뿐.
어쩌면 안심이 되기도 한다. 나랑 비슷한 조건의 누군가가 일자리를 구했다는 것은 내게도 희망이 있다는 것일 테니까.

그런의미에서 나도 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싶다.

얼마전에 토익 점수가 800을 넘겼다.  학기가 시작되지않았더라면 좀 더 빨리 달성했을 텐데.

학점관리 하느라 시험 신청을 몇번 놓쳤더니 이제서야 원하는 점수에 도달했다. 다행이다.

이미 수없이 많은 점수일지라도 그런 탓에 기본이 되어 버려서 갖추지않으면 안되는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 토익 공부 어떻게 해? "

 과 사무실에 성적표를 내고 나오는데 나보다 한 살 많은 동기가 내게 물어왔다.  난 그저 학원을 다녔다고 대답했다.  4년내내 별로 말을 해본적도 없는데,  그도 마음이 급했나 보다.

 - 맴 - 맴 -맴..

캠퍼스에 취업난으로 인해 늘 전쟁통 같을 지라도 매미는 지 짝을 찾아 울어대고 매미같은 녀석들도 지 짝을 찾아 헤맨다.

올해는 더위도 두배고 매미의 울음소리도 두배인 것 같다.  자기 필요한 것만 묻고 발걸음을 돌리기 민망했는지, 그가 쭈뼛거리면서 나와 아무말없이 동행하고 있었다.  그의 침묵도 더위만큼이나 답답하다.

 " 이번 여름 유난히 덥지않아? "

 " 시작한지 얼마나 됬다고 벌써 더워? "

 " 별로 안 더워? '

 " 응 난  괜찮은데? "

 내게 뭔가 문제가 생긴걸까. 나는 집에 오자마자 허물벗듯 옷을 벗고 찬물에 몸을 담갔다.  씻어도 씻어도 이 지독한 더위는 씻겨질것 같지 않았다.  괴롭다.  선풍기 앞에 쓰러졌다.  오늘은 자격증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고 쉴 것이다.  몸이 허해진 탓에 이렇게 더운가보다.  어머니의 삼계탕이 그립다.  내일은 삼계탕 먹어야지.

 ' 창민아! '

문득 몸에 한기가 돌아서 잠에서 깨났다.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다.  꿈 속에서 누가 날 부른듯 했다.

 ' 왜? '
 
 ' 내 더위 사가 '

아.  그렇구나, 올해 초 학원에서 잠시 알고 지내던 장난기 많은 그 사람이 내게 더위를 팔았었지...<fin>

===================================================================================================

모두 제 더위 사가세요.ㅋㅋㅋ
Posted by 리클리
,

짧은 이야기 2008. 2. 9. 00:50
소년의 두 뺨에 붉은 꽃이 피어난다.

너무 예쁘다.
Posted by 리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