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클리, 이야기하다

그와 나 사이에는 28분의 거리가 있다.

그건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미적지근 식은 블랙커피에 떨어지는 굳은 프림한조각만큼 어중간하다.

하지만,

이내 한 모금정도의 기분은 개운해지게 만들수있는것.

그의 머리는 오늘 얼어있다. 아침에 일어나 감았던모양. 샴푸는 어떤걸 쓰는거지? 물에서 갖나온 당황스런표정을 하고있다.

애기처럼.

그는 머슥한듯 머리를 쓰다듬는다. 빨개진 손에 물기가 묻어나온다. 물기가 반들거린다 이대로 나간다면 그대로 얼듯.

그의 물기 있는 빨간손을 낚아채서 점퍼 주머니에 쑥 집어넣고 베식 웃을 수있다면.

우리사이의 28분은 찰라의 순간속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그의 고개가 떨어진다. 어제 밤엔 잠을 못잤나?

혹시 그 목에 걸린 손으로 뜬것 같은 목도리를 뜬 사람을 생각하느라 잠을 자지 못한것? 아니면 그 빨간 손에 끼워진 반지의 짝의 주인을 생각하느라 잠들지 못한 것? 그것도 아니라면 끝없이 회전하는 2호선안에서 만난 누군가와의 28분의 거리를 좁혀볼 요량으로 그 향긋한 머리 안에서 끝없이 회전하는 생각을 한것?

손에 종이 뭉치를 졸면서도 쥐고있다. 그 안에 빼곡히 적힌

너무 못쓴 글씨.

종이를 탈출해 기차놀이라도 할 기세.

날아갈듯 달려가는 전신주 사이의 태양이 내 던진 붉은 그물에 걸린채.

고개가 떨어지는

그와 나 사이의 거리는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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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하철에서 보면 이 역에서 어디까지 가는데 몇분걸리는지 써져있잖아요. 맞진않지만(웃음)

2003년 12월 7일 15:5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