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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7 ForestGreen X MidnightRed 08
  2. 2008.01.17 단풍잎
  3. 2008.01.16 ForestGreen X MidnightRed 07
  4. 2008.01.16 오랜지색 스폰지 귀마개 (안경 하)
  5. 2008.01.15 ForestGreen X MidnightRed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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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짧은 이야기 2008. 1. 17. 15:12
불투명한 햇살들어오는 집안에서 난 웅크린채 리모콘으로 티비를 틀었다.

멍한 눈. 태양이 비치고 있는데, 어째서 따갑고 씁쓸한 네모난 창틀모양의 햇살을 빼고 방안은 한가득 어두운걸까

머리는 언제나 편두통, 두끼를 굶어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 위장, 기운없는 손끝.

점점 말라가는건, 단지 끼니를 제대로 넘기지않는 탓이겠지만 내마음이 결핍되고있다.

영양소가 필요해.

누군가 내마음에 비타민을 줘.

반말한다고 기분나빠서 안주려나.

창밖의 유에프오. 무심하게 계속 쳐다보면 내 머리가 이상해지는것같다. 작은 오렌지색 토끼한마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청록색 당근을 먹어요. 당신에겐 그것이 필요해요.

텔레파시란건 인간과 인간이 통하라고 있는걸지도 몰라. 인간은 서로의 텔레파시에 너무 익숙해져버려서 곰팡이 썪는 냄새가 나는 방에서 살면 더이상 그냄새를 못맡는것 처럼 수많은 텔레파시 속에 살다보니 더이상 안듣고 무시하게 되버리는걸지도.

마치 메신저에서 친구등록만 해놓고 말걸지 않는 사람들처럼

그래서 귀밝은 토끼가 내 생각을 들어버렸나보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엄마가 지난 밤 쓰고 남은 반토막의 주황색 당근이 남아있었다. 장작처럼 잘라서 고추장에 찍어먹었지만 주황색 당근은 소용이없나보다. 갑자기 위에 넣은 음식이 그거뿐이어서 속이 뒤집힌다. 엄마가 만들어놓고간 반찬을 꺼내서 식은국과 딱딱한밥을 먹었다. 머리가 한결개운해졌다. 하지만 더이상 한입도 먹을수 없게 됬는데도 허기가 져서 눈물이 났다.

청록색 당근은 어디 있는걸까...

눈앞에보이는건 파란하늘에 겹친 초록색 단풍잎뿐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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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4 03:48
이건 너무 센티멘탈해서 안올리려했는데...  왠지 중간부분이 맘에 들어서..올렸..어요

이때도 백수생활이 한창되던때여서 지금하고 매우 비슷한지도..모르겠습니다..
Posted by 리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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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애가 내게 말을 걸었을 때, 그 목소리는 우스개소리들에게 묻혀서 그대로 사라졌다. 하지만 확인하고싶었다.

그애가 어떤 이유로 내가 말을 걸었는지가. 그리고 그 이유가 왜 생겼는지도.

난 그 애가 내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사람에게 갖는 관심이라기보다 이성이 이성에게 갖을수 있는 관심.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애는 그때 나 자신도 아닌 내 이어폰에 더욱 관심이있었던 것 같다.

하여간 그런이유로 난 그 애를 묘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그 의식으로 인해 그 애가 나에게 관심있든 없든 내가 그 애에게 관심이 생겨버렸다.

글씨를 쓸때 쓸데없이 꽉 쥐는 버릇이나 의자에 앉으면 신발을 벗어서 발끝에 걸고 흔드는 모습도 언제나 뻗쳐있는 뒷머리도 큰 소릴 내면 갈라지는 목소리라던지 동그랗고 두꺼운 안경, 그외에 가득가득 모든 모습, 행동들이 혈관에 채워가는 것 마냥 온몸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두근거림.

늘 내 귓가에는 그 애의 목소리가 떠다녔다. 내가 오랜지색 스폰지 귀마개를 하고 있으면 언제나 그 목소리가 내게 말을 걸었다.

난 더이상 만담테잎도 음악도 듣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진짜 그 애의 말을 듣지 않게 되버리기도 해서 그앤 종종 내 소매깃을 잡고.

" 저기.. "

라고 말을 했다.

" 내친구가 남자랑 여자 사이에는 우정이란게 없는거래. 그럼 우린 머지? "

하면서 큭큭하면서 웃는다. 그 웃음 소리는 내 심장을 계속 계속 찔렀다. 쿡.쿡.쿡.

" 친구지머 "

" 친구가 그러는데. 남자랑 여자사이의 우정이란건 더 많이 친해지면 사랑으로 변하는 거래. 왜 그런거있자나. 사랑은 남녀간의 우정의 부분집합이다. "

" 그래서? "

" 왠지 그 얘기 굉장히 그럴듯하잖아. 그게 맞다면 우리가 이대로 점점 친해지면 대학교 들어갈 때쯤엔 연인이 되있는걸까? "

" 만약 그게 사실이면 여러명의 여자인 친구를 가진 녀석은 나중에 양다리 걸치는거야? "

" 아 그렇게 되나? 아 아냐아냐 사람에 따라 다를것같아 이것저것 한꺼번에 못하는 사람이라면 한사람과 연인에 도달할만큼 친해지면 다른사람과 그만큼 친해질수 없는거 아닐까? 그리고 바람둥이란것도 있잖아. "

점점 정당화시키려는게 무서웠다. 그게 진리라고 생각해버릴까봐. 뭔가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좀더 친구들을 사귀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남자든 여자든. 표본은 많을수록 좋은거니까.

사람과 사귀고 알게되는건 즐거웠다. 하지만 난 목적을 잊지 않고있었다.

우린 언젠가 연인이 될꺼야. 하지만 우리가 친구였기때문에 자연스럽게 연인 되는게 아니라 이렇게 안타까운 감정의 소모를 통해서 이루어 지는 거야. 그애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그 당시에는 굉장히 간절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조금씩 그 애와의 친구의 상황이 익숙해질 수록 점점 무뎌져갔다. 고3이 되고 공부를 하고 입시를 치르고 대학에 가고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한눈에 들어오는사람도 생기고, 너에 대한 바람도 사그라들어 흔적이 안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와 헤어진 후에 아니 그전에 널 만나고 난다음부터 귀마개를 한것같이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머리를 띵하게 압박하고 내 소리는 내 안에 조용히 흐르고 내 뇌가 흘려주는 네목소리만 듣고 데자부인가? 전에도 같은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지. 난 나의 시간을 조금씩 뒤로 돌려 너를 찾아냈다.

너에게 전화를 걸고는 실연으로 끝없이 떨어지던 마음의 끝이 바닥에 닿았다. 절대적인 안도감, 하나도 아프지 않아.

" 너 생각보다 살아있네? "

그러게 너가 실연당한거 같아. 니가 나대신 아파준거야?

" 너한테 전화하고 나니까 갑자기 너무 멀쩡해지는거 있지? "

" 왜 헤어진거야? "

" 봤어. 양다리더라구 "

" 어쩐지 너랑 사귀기엔 너무 이쁘다고 했어. "

그런 말투 너무 너 다워서 웃음이 난다.

" 내가 그렇게 별로냐? "

"아니 지금 보기에 뿌애서 완전 피부미남인걸~"

편안해. 잠이 온다. 문뜩 잠에서 깼을때 어깨에 무게가 느껴졌다. 그 애가 내게 기대 잠들었나보다.

테이블엔 소주병이 대여섯병 뒹굴고 있고 냄비에 들러붙은 알탕은 찌끄래기만 남아있었다. 도대체 혼자서 얼마나 마신거야...

시계를 들여다보니 1시가까이 되가고 종업원은 한심하게 쳐다보고있었다. 너무 취했는지 아무리 깨워도 안일어나서 등에 들쳐업고 얻어먹기로 한 술값을 지불하고, 슬슬 가게 밖으로 나왔다.

키는 작은 주제에 뭐가 이렇게 무거워.. 택시조차 안보이는 거리를 타박타박 걷다가 길가벤치에 한숨돌리려 앉았다. 종종 헛소리도 하고 머리를 잡아당기기도 해도 등에다 토하지않는 게 정말 고맙다.

난 그 애의 헝크러진머리를 손으로 빗어넘겼다.

" 나...옛날에 너 좋아했었다. "

넌 여전히 그대로 자고있었다.

" 근데 이젠 정말 포기하려고, 친구로써의 널 잃는건 정말 싫으니까.. "

그건 참을수 없을꺼야 아마. 이제 정말 궁상도 그만 떨어야지. 차가운 밤공기를 아플만큼 가득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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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이건 쓸계획이없었는데, 장난기발동입니다.2004년 9월 7일

다시 쭉 읽어보니..앞편 보다 이편이 더 마음에 드네요.

Posted by 리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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