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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9.05 지하 105층, 안녕(下)
  3. 2010.09.05 지하 105층(上)
  4. 2009.04.22 두근
  5. 2008.02.21 [대보름특집]더위

신기루

짧은 이야기 2011. 4. 12. 01:55
이미 모두 공연장으로 들어갔고 공연장 문이 닫혔고 난 허탈한마음을 가눌길없이 허망하게 홀에 앉아 있었다.

나에게 이별을 말하고 사라졌던 그녀가 유난히 좋아하던 가수의 공연을 무심히 예매하고 내 전화를 받지 않는 그녀에게 문자로 예매했으니 나와달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오지않았다 내손에 쥐어진 두 장의 티켓은 한장도 사용되지 못한채 버려지게 되겠지.

티켓이 버려지는 것도 안에서 새어나오는 함성소리도 아쉽지도 미련이 남지도 않지만 더이상 내게 어떤희망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나를 공연에 들어갈, 그자리를 떠날 어떠한 힘도 남겨두지않았다. 

한숨을 쉬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스탭들과 뻘쭘하게 눈을 마주치다 나처럼 풀죽은채로 채 들어가지못한 사람을 발견했다

작은 몸을 움츠리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전혀 인기척을 내지 않았기 때문인지 이제서야 기둥에서 튀어 나온듯한 갑작스런발견에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곧 더 당황하게 된것은 금방이라도 떨어질듯한 눈물이 그렁거리는 그 두눈과 마주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처지도 잊고 뭐라 위로 해야하지않을까하는 생각에 사로 잡혔고, 어디서 그런 오지랖이 나왔는지 그녀에게 걸어갔다 아니 어쩌면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받고싶었던 마음때문에 같은 입장인지도 모르는 그녀를 그저 두고볼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지않는 옛 연인에 대해 잊고 있고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저..괜찮으세요?"



조금은 냄새나는지도 모를 손수건을 내 밀었다. 그녀는 내 손이 무안해질정도로 손수건을 받지않았고 난 머슥해져서 손수건을 주머니에 구겨넣었다. 

그녀는 가벼운목례로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그자리에 머뭇거리던 나를 쫓아 냈다. 

공연은 벌써 두곡이 지났고 이제 나는 내가 그곳에 아직도 머무르고있는 이유가 날 버렸던 그녀 때문인지 아니면 일행이 오지않을 것같아 초조하게 기다리는 그녀때문인지 알수 없게 되어버렸다. 

세번째 곡이 시작될무렵 마침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바닥으로떨어졌다. 이내 소나기가 내리는 것처럼 후두둑 소리를 내며 눈물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집중할수 없어졌다. 세번째 곡은. 


난 순정만화같던 그들의 음악을 무시했었고 그녀가 예매했건 공연들도 조르고 졸라야 같이 가주곤했다. 다녀오는 길은 항상 그들의 음악에 대한 독설들. 난 왜그렇게 그녀에게 잔인했던건지. 유치하다고 어설프다고 그들을 좋아하던 그녀의 마음을 비웃었는지. 

땅에 떨어지는 눈물이 그녀의 눈물인지 나의 눈물인지 알수 없을 만큼의 후회가 밀려들었다 이 곡은 그녀가 그토록 졸라도 계속 들어주면 버릇 든다고 일부러 같이 가주지 않았던 앨범 발매기념 콘서트의 타이틀 곡이었다.  그녀는 그 공연 후에 혼자 집으로가는 길에 친구들과 술마시고있던 나를 찾아와서 콘서트 브로마이드를 작은 두손으로 비틀며 온힘을 다해 내게 이별을 말했다. 


나의 그녀는 지금 이곳에 있는 저 사람처럼 애처롭게 울고있었을까 작은 어깨를 바들바들떨면서 작은 얼굴이 온통빨개지면서. 


울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익숙한 작은 입술 익숙한 주근깨 왜 아까 눈이 마주쳤을때는 못알아본걸까? 그토록 그리워하며 매일 밤을 고해하며 보내게 했던 너의 두 눈이었는데.. 물러서던 걸음을 돌이켜 너에게 달려가서 껴안자 너는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고 나는 바스러지듯이 무너졌다.


-end 
Posted by 리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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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망연자실한 상태로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멍한채로..

문득 가슴에 답답함을 느꼈다.


아. 식판..


작은 사람들에게 받아 내게는 너무 작았던 옷속에 식판까지 억지로 넣었던 탓에 숨쉬기가 힘들었다.  

식판을 꺼내 들었다.  뜨끈한 식판과 다 늘어난 작은 옷과 

난도질 당해 너덜한 채로 대충 말라버린,잊혀졌던 마음.

그래도 이제 아프지않아.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곳을 벗어나야한다.

난 다시 파란 하늘과 눈부신 구름을 아프지않은 마음으로 바라볼 것이다.

멀리서 희뿌연 빛이 내게 다가오고있었다.  밤을 지나 해가 밝고 있다.  작은 사람들이 하나 둘 거리를 걷고 있었다.

난 거리를 걸어 내게 주어진 작은 집을 향해 걸어갔다.

내 작은 집의 옆에 있는 작은 집에 사는 손가락이 가는 작은 사람에게 인사를 건냈다.

" 좋은 아침입니다 "

그는 아무 대답하지않은 채 발길을 재촉했다.  난 조금 더 큰 목소리로 그를 불러 세웠다.

" 좋은 아침입니다!"

그는 한번 나를 쳐다보았다.

" 좋은 아침입니다!!"

내 목소리는 이미 베이지색의 세상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는 나를 향해 다가왔다. 한걸음....한걸음..느린 걸음으로

그리고 놀랍게도 천천히 그의 키는 커지고 있었다.

다가올수록 점점 머리카락 처럼 가늘었던 손가락도 점점 두께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그가 내 앞에 섰을때 그는 나와 비슷한 키를 하고있었다.

그리고 주위는 조금씩 베이지 색을 벗어내고  멀리 보이던 절벽의 그림자는 점점희미해져갔다.

심장이 다시 뛰려고 하고있다.  두근두근

마음이 움직이려하고있다.  마음이 동해서 눈물이 흘렀다.

그와 나는 마주보고있고 세상은 급격하게 색을 찾아 가고 있었다.  하늘에 구름이 모이고 갑작스런 많은 비가 내리고, 태양은 희뿌연빛을 벗어내고 찬란하게 반짝였다.

세상에 온통 가득한 비는 태양빛을 반사해서 온세계가 빛나고 있었다.   끝없이 내리던 비는 세상을 내 가슴팍 정도까지 물로 채우고는 멈췄다.  내앞에 서있던 그는 작은 물고기가 되어 있었다.

그곳에 모든 사람들이 모두 물고기가 되어 물속을 헤엄치고있었다.


그리고 내가 거울처럼 하늘이 비친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며 주위를 둘러봤을때 물고기들이 나를 주목하고 내게로 향해 헤엄쳐왔다.  색색의 물고기들이 깨끗한 물속에서 내 찟겨진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내가 잃어버렸던 내 언어(言魚)가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안녕?
Posted by 리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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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05층(上)

긴 이야기 2010. 9. 5. 06:29
내가 이곳에 들어와서 생활한 건 5년 쯤 된것같다.

계절이 지나고 낙엽이 지고 눈이오고 다시 새싹이 돋고 하늘이 깊어지고 다시 낙엽이지고..

다섯번을 지났지만

나는 그 긴 시간동안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그저 일어나서 얼굴을 씻고 말이 통하지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그만 서류에 조그만 글씨들을 채워넣는 

누가 시켰는지 알수없고 내가 왜 시작하게 됬는지 기억나지않는 일들을

하고있었다.

아무도 말하지않고 아무도 들으려하지않고 

두꺼운 안경으로 보이는 작은 서류 안에 작은 글씨를 채워넣는일에만 몰두 하고있는 

듬성듬성난 머리카락을 한 작은 사람들...



답답하다.



내가 이곳에 오던 날은 기억난다.

확실하진않지만 나는 길을 걷고있었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기묘한 칼을 들고 쫓아오던 사람을 피해 나는 달리고 달렸던 것같다.


그러다 정신이 들어 깨어난 곳은 

온통 베이지색으로 덮힌 이곳.. 


네모난창과 베이지색 건물만 가득한 이곳이다.



회색머리카락을 한 작은 사람이 내게 작은 옷을 가져다 주고

작은 세면대가 있는 작은 욕실과  작은 식탁이 있는 작은 부엌과 작은 침대가 있는 작은 방이 있는 작은 집으로 나를 데려갔다.


피곤한 나는 쪼그리고 누워잠이 들었고 희멀건한 태양이 떳고 모자란잠에 눈이 퉁퉁 부었지만 

날카롭게 눈으로 파고드는 태양빛에 마지못해 일어나 

작은 욕실에서 얼굴만 대충 씻고 작은 식탁에서 대충 음식을 먹고 작은 집을 나섰다.

작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거리에  내 발앞에 점선으로 걸어가야할 길이 표시되어있었다.

나는 따라걸었고 베이지색의 좁고 낮은 건물로 들어가서 회색빛 눈을 한 작은 사람의 말없는 안내를 따라 지하 105층에서 작은 책상위에

작은 서류위에 작은 글씨들을 채워넣게 되었다.

침침한 조명을 깜빡거리기 까지 했지만 아무도 고치려하지않았고 

5년이 지난 지금은 내눈이 깜빡이는건지 조명이 깜빡이는건지 내가 졸고있는 것인지 구별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 그 사람은 그 칼로 내게 무엇을 하려했을까. '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면 사람들의 동선이 눈에 보일듯이 형체가 물이 흐르는것처럼 뭉개져버려서 정확하게 떠오르지않는다.


' 그 사람은 누구지..? '

역시 기억날리가 없다.


후우..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  마지막 건물의 저쪽에 그늘진곳을 지나면 내가 왔던곳으로 갈수 있을거란 생각은 처음부터 하고잇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날 지키고 기다리고있을까봐 두려워 5년을 망설였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좁은 책상도 좁은 침대도 좁은 식탁도 참을수가 없다.

이곳을 나가면 4절지 스케치북에 매직으로만 필기하리라.


하루일과가 끝나 희뿌연 해가 회색 구름사이로 스며들때즈음 나는 마지막건물을 향해 뛰어갔다.

그래도 그 사람이 무서운건 여전해서 가슴에 쇠로된 식판을 숨기고 뛰어갔다.

작은 사람들은 내 다리에서 이는 돌풍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넘어지고,

나는 마지막 건물에 도착했다.


마지막 건물을 지나.

그늘진 거리를 향해 나아갔을때,

나는 그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무한한 절벽... 난 이곳을 빠져나갈수 없다.


마음이 난도질당한채로 잴수 없이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었다는것을

난 이제서야 기억해 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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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

짧은 이야기 2009. 4. 22. 19:46
처음에는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두번은 말라가는 내게 따사로운 봄비님이 내리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번째는 달랐다.


어쩐지 알수있었다.

알아들을수없는 말을 걸어왔지만...



내가 이 좁은 곳에 갇혀 하루하루를 초조하게 보내고 있자면 가끔.

어떤 손길이..내 손이나 입술을 만지고 가는걸 느꼈다.

내뺨에 코를 대고 웃기도하고.


그렇게 근심도 잊혀지고...잊다보면 마음까지 가득한 기분좋은 평안함이 날 채웠다.


그래 내게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거는 그사람이

내 손을 한참 잡고있던 그사람이

내게 물을주는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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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키우는 장미허브가 나의 존재를 기억하고 내가 보살피고있다는걸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생각합니다.
Posted by 리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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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난히 덥다.  그저 언제나의 익숙한 길을 걷는 것 뿐인데 낙타가 옆을 지나갈 것만 같았다.

원래는 더위를 잘 안 타는데, 왜 오늘따라 이렇게 힘든걸까.

이제 막 시작된 여름은 아스팔트위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만큼 어지럽다.

한학기반 남은 대학생활은 그저 긴장의 연속일 뿐이다.  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동기들은 서로 별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서로 누가 먼저 취업이 될까 조바심 낼뿐.
어쩌면 안심이 되기도 한다. 나랑 비슷한 조건의 누군가가 일자리를 구했다는 것은 내게도 희망이 있다는 것일 테니까.

그런의미에서 나도 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싶다.

얼마전에 토익 점수가 800을 넘겼다.  학기가 시작되지않았더라면 좀 더 빨리 달성했을 텐데.

학점관리 하느라 시험 신청을 몇번 놓쳤더니 이제서야 원하는 점수에 도달했다. 다행이다.

이미 수없이 많은 점수일지라도 그런 탓에 기본이 되어 버려서 갖추지않으면 안되는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 토익 공부 어떻게 해? "

 과 사무실에 성적표를 내고 나오는데 나보다 한 살 많은 동기가 내게 물어왔다.  난 그저 학원을 다녔다고 대답했다.  4년내내 별로 말을 해본적도 없는데,  그도 마음이 급했나 보다.

 - 맴 - 맴 -맴..

캠퍼스에 취업난으로 인해 늘 전쟁통 같을 지라도 매미는 지 짝을 찾아 울어대고 매미같은 녀석들도 지 짝을 찾아 헤맨다.

올해는 더위도 두배고 매미의 울음소리도 두배인 것 같다.  자기 필요한 것만 묻고 발걸음을 돌리기 민망했는지, 그가 쭈뼛거리면서 나와 아무말없이 동행하고 있었다.  그의 침묵도 더위만큼이나 답답하다.

 " 이번 여름 유난히 덥지않아? "

 " 시작한지 얼마나 됬다고 벌써 더워? "

 " 별로 안 더워? '

 " 응 난  괜찮은데? "

 내게 뭔가 문제가 생긴걸까. 나는 집에 오자마자 허물벗듯 옷을 벗고 찬물에 몸을 담갔다.  씻어도 씻어도 이 지독한 더위는 씻겨질것 같지 않았다.  괴롭다.  선풍기 앞에 쓰러졌다.  오늘은 자격증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고 쉴 것이다.  몸이 허해진 탓에 이렇게 더운가보다.  어머니의 삼계탕이 그립다.  내일은 삼계탕 먹어야지.

 ' 창민아! '

문득 몸에 한기가 돌아서 잠에서 깨났다.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다.  꿈 속에서 누가 날 부른듯 했다.

 ' 왜? '
 
 ' 내 더위 사가 '

아.  그렇구나, 올해 초 학원에서 잠시 알고 지내던 장난기 많은 그 사람이 내게 더위를 팔았었지...<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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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제 더위 사가세요.ㅋㅋㅋ
Posted by 리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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