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망연자실한 상태로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멍한채로..

문득 가슴에 답답함을 느꼈다.


아. 식판..


작은 사람들에게 받아 내게는 너무 작았던 옷속에 식판까지 억지로 넣었던 탓에 숨쉬기가 힘들었다.  

식판을 꺼내 들었다.  뜨끈한 식판과 다 늘어난 작은 옷과 

난도질 당해 너덜한 채로 대충 말라버린,잊혀졌던 마음.

그래도 이제 아프지않아.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곳을 벗어나야한다.

난 다시 파란 하늘과 눈부신 구름을 아프지않은 마음으로 바라볼 것이다.

멀리서 희뿌연 빛이 내게 다가오고있었다.  밤을 지나 해가 밝고 있다.  작은 사람들이 하나 둘 거리를 걷고 있었다.

난 거리를 걸어 내게 주어진 작은 집을 향해 걸어갔다.

내 작은 집의 옆에 있는 작은 집에 사는 손가락이 가는 작은 사람에게 인사를 건냈다.

" 좋은 아침입니다 "

그는 아무 대답하지않은 채 발길을 재촉했다.  난 조금 더 큰 목소리로 그를 불러 세웠다.

" 좋은 아침입니다!"

그는 한번 나를 쳐다보았다.

" 좋은 아침입니다!!"

내 목소리는 이미 베이지색의 세상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는 나를 향해 다가왔다. 한걸음....한걸음..느린 걸음으로

그리고 놀랍게도 천천히 그의 키는 커지고 있었다.

다가올수록 점점 머리카락 처럼 가늘었던 손가락도 점점 두께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그가 내 앞에 섰을때 그는 나와 비슷한 키를 하고있었다.

그리고 주위는 조금씩 베이지 색을 벗어내고  멀리 보이던 절벽의 그림자는 점점희미해져갔다.

심장이 다시 뛰려고 하고있다.  두근두근

마음이 움직이려하고있다.  마음이 동해서 눈물이 흘렀다.

그와 나는 마주보고있고 세상은 급격하게 색을 찾아 가고 있었다.  하늘에 구름이 모이고 갑작스런 많은 비가 내리고, 태양은 희뿌연빛을 벗어내고 찬란하게 반짝였다.

세상에 온통 가득한 비는 태양빛을 반사해서 온세계가 빛나고 있었다.   끝없이 내리던 비는 세상을 내 가슴팍 정도까지 물로 채우고는 멈췄다.  내앞에 서있던 그는 작은 물고기가 되어 있었다.

그곳에 모든 사람들이 모두 물고기가 되어 물속을 헤엄치고있었다.


그리고 내가 거울처럼 하늘이 비친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며 주위를 둘러봤을때 물고기들이 나를 주목하고 내게로 향해 헤엄쳐왔다.  색색의 물고기들이 깨끗한 물속에서 내 찟겨진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내가 잃어버렸던 내 언어(言魚)가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안녕?
Posted by 리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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